[사물 일기] 가야바의 뜰, 비겁의 온도를 측정하던 횃대 위의 기록
가야바의 뜰, 비겁의 온도를 측정하던 횃대 위의 기록 01. 음지의 서늘한 목청: 대리석 장벽에 갇힌 날개짐승의 실존 내 기억은 언제나 지독하게 메마른 서늘함에서 출발합니다. 인간들은 저마다 지붕 아래 상석을 차지하기 위해 눈을 번뜩이거나, 화려하게 수놓은 외투 깃을 세워 제 권세를 자랑하곤 했지요. 하지만 흙먼지 날리는 대제사장 관저의 뒤안길, 거칠게 깎아낸 칼자국이 그대로 만져지는 나무 횃대 위에 발톱을 박아 넣고 서 있던 나에게 인간의 서열이란 한낱 가소로운 움직임에 불과했습니다. 나의 일상은 좁은 울타리 안에 갇혀 배추입이나 쪼아 먹으며 새벽이 오는 주파수를 온몸의 깃털로 수신하는 비천함, 그 자체였습니다.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횃불의 희미한 주황빛마저 비껴가는 이 마당 구석은 차가운 정적으로 터질 것 같았습니다. 안나스와 가야바의 심문실 문틈으로 들려오는 날카로운 추궁 소리와, 무장한 군사들이 군화를 디딜 때마다 서성거리는 대리석 바닥의 진동이 내 발목을 타고 올라왔지요. 사람들은 추위를 이기지 못해 마당 한복판에 숯불을 피워 올렸습니다.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불꽃 주변으로 몰려들어 거친 손을 내미는 인간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.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, 그 비정한 계산의 밤에 내가 눈을 뜨고 있었던 것은 단순히 홰를 치며 울 시간을 기다리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. 세상의 호의와 안전이라는 주판알을 튕기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인간의 가장 깊은 밑바닥, 그 숨겨진 위선과 연...